2008년 10월 30일 목요일

4천원으로 8억을 만들 수 없는 이유.

  그 역사가 족히 10년은 되는 유명한 스팸메일이 있습니다. 바로 4천원으로 8억을 만들수 있다는 스팸메일입니다. 아마 인터넷을 조금 오래 사용하신 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만나봤을만한 스팸이죠. ^^;;

  혹시나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을 해드리면 내용은 이러합니다.

  해당 스팸메일을 받아보면 4명의 사람의 이름과 계좌번호, 이메일 주소가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메일을 받은 사람이 그 4명에게 1,000원씩을 입금하는 거죠. 그런 후 4명 중 한명의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바꾼 뒤, 다른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라고 합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그 메일을 받으면 자신에게 1,000원을 입금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가 투자한 4천원이 8억이 된다는 계산식은 이렇다고 합니다.

당신이 보낸 글 중 2%의 회답이 반응한다면, 아래와 같은 수익이 나옵니다. (평균 1-3%의 회답률이 있습니다.)

1) 당신이 1500통을 보내면, 30명이 1000원을 보냅니다.
=== 30,000원
2) 그 30명이 각각 1500통의 편지를 보내면, 900명이 당신께 1000원씩 보냅니다.
=== 900,000원
3) 그 900명이 1500통의 편지를 보내면, 27,000명이 당신께 1000원씩 보냅니다.
=== 27,000,000원
4) 그 27,000명이 1500통의 편지를 보내면, 810,000명이 당신께 1000원씩 보냅니다.
=== 810,000,000원

이 시점에서 당신의 명단이 사라집니다. (당신의 명단이 위로 점점 올라가서 사라지기 때문에..)

  메일을 1,500통이나 보내야한다는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그 중에 2%가 돈을 입금하고, 내 계좌정보가 들어있는 메일을 또 다시 1,500통을 보내서 계속 퍼지다보면 나에게 8억이라는 돈이 입금된다는 계산입니다.

  언뜻보면 좀 그럴싸합니다. 메일을 1,500통을 보내면 그래도 나처럼 솔깃!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고, 돈 버린셈 치고 입금하는 사람이 2%만 있다고 하면 8억이 된다라- 투자하는 돈이 단돈 4천원 뿐이니, 이정도면 정말 '속는셈 치고' 돈을 입금하는 사람도 간혹가다 있을 법 합니다.

돈벌게 해준다는 유혹=_=?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런 스팸글 속에는 자신이 100만원을 벌었다, 200만원을 벌었다 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지만 정작 그걸 실제로 보여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통장을 스캔해서 보여준다거나 입금된 사실을 찍어서 보여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게 될 것이고, 그것 때문에 자신의 수익이 더 늘어날 것인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당연히 이 것으로 돈을 번 사람이 없기 때문이겠죠 -_- 이 글을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금방 말이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에게 8억이 생기는 지점인 '27,000명이 1,500통의 편지를 보내면' 부분을 생각해봅니다. 27000 X 1500 은 얼마일까요? 40,500,000 입니다. 4천5십만이죠. 거의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 가까운 사람한테 메일을 보낸 뒤 그 중에 2%가 회답하면 8억이 된다는 얘기니 정말 허무맹랑하기 그지 없습니다.

  게다가 이 광고가 나온지 10년 정도 되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지금 상황으로는 1,500통이 아니라 몇천통 이상을 보내야 1명이 반응이 보일까 말까 일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워낙 스팸메일 분류 시스템이 잘 되어있으니까 말이죠. 옛날 홈페이지에 제로보드를 사용하던 시절에도 기본 스팸 필터에 몇가지 욕과 더불어 '8억'이라는 키워드가 등록되어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ㅎ 

  스팸메일함으로 분류되지 않고 무사히 받은 메일함으로 안착한 메일도 진지하게 읽는 사람은 소수뿐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많은 '쉽게 돈벌게 해준다'는 스팸메일이라는 것을 알고 제대로 읽지 않고 지워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이메일을 잘 확인하지 않는 사람도 많고, 사용하지 않는 이메일 주소를 10개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만 해도 네이버, 다음, 야후, 엠파스, 파란, 구글, 하나포스, MSN과 같은 포털 계정에 이메일 주소가 있고, 회사 이메일, 학교 이메일,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이메일 주소 등을 합치며 10개 정도 되는듯 합니다. 이중에 제가 자주 확인하는 메일 주소는 1,2개 정도이니 인터넷에서 수집된 이메일 주소라는 것에 얼마나 허수가 많을지는 가히 상상히 됩니다.

  또, 이 내용이 한글로 작성되어있다는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되죠.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상의 이메일 주소를 수집하는 수집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겠죠? 이메일 수집기의 성능이 어느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인터넷 상의 아무런 이메일 주소를 마구잡이로 수집하는 거라면, 분명 상당수가 한글을 모르는 사람일테고, 이 메일은 정말 스팸중에 캐스팸으로 분류될 확률이 아주아주 높겠습니다. (제 Gmail 계정에도 중국어 스팸이 하루가 멀다하고 수십통씩 날라오니 말이죠.)


  그럼 이런 부분들은 저 계산에 약간 반영시켜볼까요? 메일을 보낸 숫자와 상관없이 메일을 제대로 읽은 사람 중에 1%가 돈을 입금하는 행동을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사실 1%도 너무 큰 숫자인것 같긴 하지만..)

  원본대로 하루에 메일 1,500통을 보낸다고 칩시다.

  당신이 이메일 1500통을 보내면, 그중에 (많이 봐줘서) 50%는 한국어를 모릅니다. 750통이 남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사람당 이메일 주소를 5개 정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750통 80%는 확인되지 않고 지워집니다. 150통이 남았네요. (이것도 많이 봐줘서) 2/3 정도는 스팸메일함으로 곧장 직행하게 됩니다. 50통이 남았네요. 메일을 열자마자 스팸이라는 것을 느끼고 바로 삭제하는 사람이 최소 50%정도는 될게 뻔합니다. 25통만 진지하게 읽혀집니다. 그 중에 1%인 0.25명이 당신에게 1,000원을 입금합니다.

  1명의 입금자를 얻기 위해서는 6,000통 정도의 메일을 보내야 겠군요. 원본의 있는 계산처럼 첫번째 단계에서 30명이 나에게 1,000원씩 입금해서 30,000원이 되기 위해서는 18만통의 이메일을 보내야한다는 계산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물론 그 다음 단계에서도 계속 사람들이 18만통 정도는 이메일을 보내야 계속해서 나에게 입금이 들어오게 된다는 얘기죠. (이것도 내가 이메일 수집기를 이용해서 18만통의 이메일 성공한 이후, 그 다음 단계에서 나에게 입금을 하는 30명도 이메일 수집기와 같은 툴이 있어서 18만통의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을때 얘깁니다.)

  18만통의 이메일 발송이 성공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이 스팸메일을 한번쯤 받아보게 될 것이고, 한번 입금한 사람이 두번 하지는 않을테고, 스팸이라는 걸 아는 사람들은 그 이후로는 눈길한번 주지 않게 되겠죠.



  이것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계산했다고 생각하는데도, 이런 말도 안되는 숫자가 나와버리네요ㅎㅎㅎ   사실 이런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포스팅을 하게 된 것은 오늘 비슷한 메일을 한통 받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확인한 메일의 스크린샷.


  4천원으로 8억번다는 스팸이 만원의 투자로 16억으로 진화한 것이었습니다  10년 세월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누군가가 입금액도 2배, 최종 기대수익(?)도 2배로 올려서 홍보를 시작했나봅니다. _^_

  게다가 요즘 들어서 이런 종류의 메일이 자주 보입니다. 아직까지도 네이뇬 메일을 100% 버리지 못한 탓에 가끔씩 들어가서 확인을 하는데, 각종 네트워크(피라미드) 홍보 메일이 많이 옵니다. ㅎㅎ 스팸 분류 시스템은 필요한 메일을 포함한 영문 메일만 분류시키더군요. -_-;;;

  아무튼 네이버의 스팸 시스템이 저질인 탓도 있겠지만 요즘 경기가 안좋다보니 이런 쪽으로 돈을 벌어볼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제 블로그에서 이 글을 읽어보신 여러분은 이런 메일에 현혹되어서 단돈 4천원 혹은 만원이라도 손해 보시는 일이 없으시길 바라며, 어줍잖은 글을 마쳐볼까 합니다. ^ㅁ^*


댓글 8개:

  1. 제가 처음 인터넷을 사용한 199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 뉴스 그룹에 올라온 이야기입니다. 당시라면 모르는 사람도 많고 혹하는 사람도 많아 보낼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받은 돈을 사실 얼마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적은 돈이라고 해도 저런 메일을 보고 돈을 보낼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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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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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돈을 쉽게 벌겠다는 생각 부터가 잘못된 것 같네요. =)

    근데 저런 스팸에 현혹되는 사람들이 의외로 꽤 있나봐요...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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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진짜라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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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trackback from: 수학적으로 본 다단계로 성공 조건
    서울에 특정 지역에 가면 이상한 분들을 자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꽤 잘 차려입고 다니지만, 낮에도 술을 하기도 하고, 뭔가 있어 보이지만, 정작 일은 안하신다는 느낌을 받는 그런 분들이지요. 흔히 이런 분들은 다단계 판매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런 분들을 보면 왜 저런 장사를 하는 걸까?라는 생각 뿐이지요. 제 생각에 성공 가능성은 거의 없거든요. 단순한 재미를 위해서 숫자로 증명해보고 싶었습니다. 다단계가 '왜 그렇게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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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수학적으로 보면 다단계가 맞습니다. 뭐.. 저는 다단계로 가정을 하고 한국에 한해서 계산했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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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워낙흔해서 안접해본사람은 없더라구여, 다단계가 어쨋든 확산은 하고 있는것 같아여, 다단계 피해자의 확산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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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이 내용은 너무 극단적으로 부정적이군요, 위 스팸도 법적으로는아무문제가없고 실현가능한 방법입니다.
    보수적이아니라 극부정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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